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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새벽

by MNGSN 2022. 6. 10.

부산한 아침을 맞이하기 전 새벽의 고요함은 실로 차분함을 가져다 줍니다. 도통 침대에서 잠이 오지 않아 노트북 앞에서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이 전의 글에서 말했던 중요한 발표는 잘 마무리가 됐고 사업에 선정돼 스튜디오를 오픈하게 됐습니다. 사진을 가늘게도 길게 찍어오고 있습니다. 무엇이 좋아 카메라를 잡았는지 그 떨림도 흐릿해졌지만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되어 목표했던 일의 끄트머리이자 새로운 시작점에 닿아 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전 무엇을 찍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만 이 고민은 제가 만들고자 하는 창작세계의 포맷에서 처리하기 쉬운 고민들이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의 초상을 담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일이 하고 싶었습니다. 이 이유에 관하여 저는 아무 의미도 담겨 있지 않은, 프레임 조각에 불과한 사진은 디지털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강박증에 걸린 것 처럼 제 셔터에는 항상 의미를 담고자 했어요.

 의미가 있는 사진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의미를 투영하는 것에 집착하면 머릿속은 복잡해져 결국 창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이 고통과 불안함이 지금 이 시기에 제가 카메라를 잡고 있는 이유이자 해치워야하는 일이 아닌 이뤄내야 하는 일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사진으로 마음을 데우는 일을 말입니다.

 스튜디오로 돈을 잘 벌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시기에는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경쟁 모델을 끊임없이 시기했고 자존감엔 금이 갔습니다. 겨우내 꿈꿔왔던 시절엔 돈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었음을 잊은채 말입니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사진을 찍자.." 이 생각을 왜 잊어버렸는지요. 생각을 다시금 정비한 후로 죽음 앞에서 후회를 줄이는 일엔 돈이 아닌 꿈에 얼마나 다가갔느냐를 따질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불안함을 받아들이고 이 가운데 인내를 찾는 일을 해야겠습니다.

 곧 동이 터옵니다 오늘 낮에 뒤죽박죽 뒤엉킨 생각과 걱정을 한데모아 토로하니 드디어 마음을 조금 가라앉힐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