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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나태

by MNGSN 2022. 1. 6.

온전한 정신이지 못할 때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나는 왜 이렇게 까지 살아야 하는 것인가", 또는 내 모습을 주변과 자꾸 견주어 깎아내리는 것이다. 여기서 곧바로 흔들리는 정신줄을 잡지 못하면 순식간에 공허한 밑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무기력함과 생기 잃은 생활을 벗어나기까지 우리는 굉장한 시간을 소모해야만 한다. 이렇게 온전하지 못한 정신, 또는 목적이 없고 뚜렷함의 정도가 굉장히 미미한 경우에 녹슬어 강도를 잃은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데 피폐해진 정신으로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첫 단계는 불가피하게도 밑바닥을 기어 위를 바라보는 것이다. 잔인하리만치도 괴로운 처사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요할 점은 내 생각보다 천천히, 몸이 따르는 것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 저마다의 나태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하우가 있겠지만 급히 따라가면 안 된다는 것은 각자 품고 있는 개성 외에서 그 의미는 상통할 것이다. 그래서 하루에 한 가지 또는 그날의 중간 크기 정도 되는 불안 하나를 꺾어내면서 자신감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 정의로운 일에 있어서 '계획'은 대단히 불가결한데 세상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현재 넘어져 상처투성이가 된 자신을 구하는 것 또한 자신이 그려놓은 세계에서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뭐가 꽂혀있는지 모르는 책장에서 내가 원하는 책을 찾기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새롭게 책장을 만들어 천천히 내가 가진 능력과 모습을 정돈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다시 올라설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할 때, 그러니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걱정들을 덜어낸 후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나의 시야에 어울리는 목표를 정해야 한다. ㅡ잃을 것 없는 상태에서 이제 무언가 취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말이다.ㅡ 우린 노력의 파이 안에서 밑그림을 그릴 것인데. 자고로 노력이라고 함은 내가 즐기는 것, 당장에 원하는 것을 포기한 상태를 말한다. 당장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닌 몇 백 걸음, 나아가 몇 천 걸음 바닥의 경사가 가파른 길들을 묵묵히 걸어 나가는 것을 말이다. 지금 내가 아무 눈길조차 받지 않는 글을 억지로 써 내려가는 것처럼. 내 세상에서 나의 소망은 글을 잘 쓰는 것이다. 매일 주어지는 스물네 시간 안에서의 목표는 글을 한 편 쓰는 것이고 제시간에 운동을 하는 것이며 주어진 일을 별 탈없이 마치는 것이다. 반복된 일상을 감사히 여기게 됐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이상에 관해 이야기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일 것이다.

 넘어지면 일어서면 된다는 것은 간단한 명제이지만 내재된 불안을 설명하기란 결코 간단할 수 없을 것이다. 곪아 터진 정신을 다독이는 일은 살아가는데 몇십 번이고 더 남았을 것이다. 그러니 무탈하다는 생각이 들 때 준비를 철저히 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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